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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할로윈, 해군과 항해사의 이야기

 By. 꿘오리

 

   그의 삶은 언젠가부터 쭉 귤 향기가 났다. 달콤하고 새콤한, 도무지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 없는 그런 향기. 손에 쥘 수 있을 소소한 행복처럼.

 

   하루 아침 부모를 잃은 아이였다. 길가에 내던져질 수도 하다 못해 팔릴 수도 있는 아이. 대해적 시대에는 버려지는 아이가 꽤 흔해서 자기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너무 어린 나미는 알지 못했다. 두 손 안 가득 품어진 몸이 따뜻해서 그냥 웃었더랬다.

 

   어린 시절을 회고해 본다. 그는 그림을 잘 그렸다. 이름은 벨메일, 직업은 해군, 귤 농사. 나와 노지코의 엄마. 크레파스로 엉성하게 벨메일과 귤, 노지코를 그린다. 작은 머리가 똘똘하게 주어진 정보들을 정리하면서 좋은 것으로 분류한다. "있지, 나미. 나미는 귤이 좋아?" "응! 귤이 좋아." 그리고 벨메일도 노지코도 좋아. 벨메일 하트 여러 개. 노지코는 하나만 덜 그릴까?

 

   벨메일, 벨메일 좋아해. 엄마 좋아. 일어나, 벨메일...

 

   나미는 예고도 없이 다가온 악몽을 탓하며 눈을 떴다. "조금 더 잘 수 있었는데... 이게 뭐람." 한숨처럼 내뱉는 말에는 옅은 피로가 뒤섞여 있었고 보기만 해도 달가운 얼굴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벨메일, 나의 소중한 사람... 그가 쓰러지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귤 향기가 났다. 아련히 퍼지는 귤 향기가 지워질 때쯤 벨메일의 숨도 지워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죽은 숨에서도 단 내가 나, 내가 죽어서도 잊을 수 없기를.

 

   새벽의 숨결이 아침을 불러 올 때쯤, 나미는 온갖 상념에 시끄러운 머리 때문에 다시 잠드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제 선장이 일어나면 시끄러워질 테니 그때는 사색에 잠기기도 어려울 거라 이미 일어난 겸. 못다 한 귤 나무의 가지치기도 할 겸. 그렇게라도 즐거웠던 날들을 아프지 않게 떠 올려 보자고 생각하며 문 밖을 나섰다.

 

   때는, 할로윈. 죽은 자들의 영혼이 되살아나는 날. 어디선가 짙은 귤 향이 나는 것 같다.

 

"아니, 그러니까. 다 해야 된다니까? 조로!"

 

   나미는 찻잔을 들이키며 시끄럽네. 라는 말도 들이켰다. 말로 해도 듣지 않는 건 뻔할 뻔자, 그렇담 굳이 소음에 섞지 말고 맛있는 차와 삼키자. 음? 부족하니까... "상디, 한 잔 더 줄래?" 이제 됐다. 앞으로의 시끌벅쩍함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맞장구 (를 가장한 태클)도 삼킬 수 있겠지. 어쩐지 기분이 좋으니 이 상황에 대해 설명이나 해 볼까? 때는 오전 아침 식사의 식탁. 오늘이 할로윈이라는 로빈의 아나운서 톤의 말에 신난 루피 무리가 할로윈이면 당근 분장이지! 하면서 당연하지 않은 말을 당연하게 내뱉은 것이 이 사단의 발단, 길치가 역시 가겠다고 만든 길을 벗어나 난 여기 안 가를 시전한 것이 진정한 말싸움의 원인이랄까. 결과는 뻔하다. 

 

"하고 싶어. 조로도 같이 해! 분장!"

 

   끝. 누군들 이 배에선 선장의 말에 약한 것이 분명하니 찔러 봐야 딱딱할 것 같은 검사마저도 (사담이지만, 이 놈이 제일 약하단 말이야.) 한숨 쉬며 알았다는 말 말고는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안 그런 척 즐길 거면서. 야호 소리와 함께 즐겁다는 듯 또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쵸파는 인간형으로 한다나. 으음, 그것도 말이 되긴 해. 뭐, 이 파트는 분장을 어떻게 하는지 생각도 안 하고 신이 난 루피가 루피 할 테니까 그 전에 나서서 '진짜' 할로윈을 즐기게 해 주는 것이 항해사의 임무.

 

"좋아. 루피는 고기...? 잠깐. 너 왜 옷이 그 모양이야? 늑대 인간이라니까. 갑자기 왜 고기가 된 거야?"

 

   나미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제 앞에 떡하니 배짱 장사를 하고 있는 선장의 모습이 늑대가 아닌 늑대가 먹을 고기라서, 이 녀석 또 말 안 듣는구나 싶은 빡침과 어울려서 웃기는 마음이 공존했다.

 

   얘 자기가 배고프다고 의상을 뜯어 먹는 건 아닌가 몰라. 뭐 그건 요리사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나미는 무신경하지만 즐거운 듯 넘겼고,

 

"늑대 어렵대! 우솝이 세월 다 지나서 할 것 같다고 해서 고기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왜 거기서 먹고 싶은 게 나오냐고 이 망할 고무 선장.) 아무튼 그래서 고기야."

"그, 래... 뭐 하고 싶다니 네 말을 누가 뭐라 해. (해도 소용 없다는 데이터를 통해, 과학을 믿는 항해사로서 빠르게 결론을 내린 것.)"

   나미는 알겠다는 듯 손을 휘저었고 다음, 그 다음까지 검사를 했다. 따로 사담을 하자면 부적절 판정을 받은 사람은 프랑키. 변태답게 할로윈도 변태다워서 말은 부정 판단, 그래 봤자 허락이고 (아무리 애를 써도 변태는 변태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단 한 번에 적합 판단은 브룩. 이유는 다들 알 것이라 믿는다. 그야 해골이잖아? 그냥 해골도 아니고 요호호 아프로 해골에 음악가인데? (오늘 브룩의 의상은 새까만 정장이다.)

 

"니시싯. 나는 고기다! 고기 귀신이다!"

   너 때문에 할로윈에 사랑하는 사람 만나러 오려는 귀신도 먹으러 오겠다는 태클도 들리지 않는지 신이 난 루피를 선두로 할로윈 분장을 한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공짜인 섬에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게 해 주세요. 하고 누구를 닮은, 해군 분장을 한 나미가 여상하게 중얼거렸지만 사실 기대도 안 하는 그였다.

 

"엇. 설마 나미야?"

"그럼, 그렇게 못 알아 보겠어?"

   뿌듯함을 담아 말을 건넨 나미가 자신을 보고 놀란 우솝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어떠긴... 닮았지. 똑같진 않지만 닮았어."

"당연하지! 그 헤어 스타일은 시도도 못 하겠다니까?" 

 

   턱을 괴고 밝게 웃는 나미의 머리칼이 붉었다. 그는 사실 무얼 할지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자신을 찾은 어머니를 추억하기로 하고, 한 섬에서 샀던 하루 동안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 있는 염색약과 해군들의 인기가 많이 올랐는지 있던 모조품 해군복도 샀었다. (해군, 이제 장사도 하는지. 인지도 향상을 위해? 아무튼 재정이 중요한 건 해적이나 해군이나. 역시 돈이 최고.)  그가 해군이 싫지만 해군을 한 이유는 분명했다. 다정한 사람이 가장 강했던, 그다웠던 때니까. 

 

   이런저런 얘기들과 당연한 소동들이 기대도 않았지만 여상하게 건넸던 말과 반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너끈하게 럼주를 왕창 마시고 독한 술도 왕창 마시고도 멀쩡한 나미를 괴물 보듯이 보다 마을 남자가 뒤로 쓰러졌다.

"아저씨가 이 술 값들 다 내야겠네? 어머. 안 들리지 참. 주인장 가 볼게~"

   이 일을 약간 뒤로 돌려 보자면 나미에게 술 약한 아가씨가 혼자 마시면 큰일난다고 추근덕댔던 마을 남자가 술 내기를 걸고 '그' 나미에게 된통 당한 것이다. (분명 약해 보였겠지만 약하겠소냐. 말술이라던 청부업자 수녀마저도 넘어갔는 걸. 그런데 일반 아저씨가 걸어 오다니. 역시 안쓰럽고 멍청해서 한숨 나오지만 럭키.) 어찌 됐건 오늘부로 멍청하게 군 남자는 빈털터리가 됐으니 권선징악이지. 술집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애도의 술잔을 비웠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은 술을 마셨기에 주량을 넘기진 않았으나 나미도 술 기운을 깨우려 바닷가가 보이는 언덕에 앉았다. 거기 가기 전까지도 고기 옷을 입고 고기를 먹는 루피가, 할로윈에 귀신 쫓는 코스프레를 한 우솝이, 인간형을 한 쵸파가, 또 모두가 말을 건넸고 같이 있을까 했지만 거절했다. 즐거운 사람들이 건네는 다정은 그걸로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생각하기에 로빈이나 조로나 브룩 말고는 별로 안 조용한 걸?)

   콧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브룩이 자주 연주했던 노래가 익었는지 쭈그려 앉아서 모두가 잘 보이는 곳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니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기분에 내가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은 나미였다. 친구라는 거, 제일 괴로웠는데. 같이 견딜 사람은 필요도 없었는데. 그런데 생기네. 내 사람들, 나의 선장, 나의 동료들이.

 

"어라, 예쁜 애가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 할로윈인데 미색에 홀린 귀신도 찾아 오겠어."

 

   힐끗. 나미가 말을 걸어 오는 미라를 쳐다 봤다.

 

"내가 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서. 노란색 붕대네? 특이하게." "아~ 그렇지? 누가 귤을 무척 좋아하거든. 그래서 노란색."

 

"우연이랄까. 나도... 귤 좋아해."

 

   나미는 귤이 좋아? 응 좋아. 나도 좋아? 좋아. 노지코도? 좋아.

 

"그래? 예쁜 애들이 다 귤을 좋아하나 보네."

 

   갑작스럽게 암전처럼 찾아 온 슬픔과 생각보다 따스한 우울 젖은 생각에서 다소 능글거리는 추파가 꺼내 줬지만 "멘트가 저질이니까 고맙다는 말은 안 할래." 하고 새침하게 나미가 말했다.

 

"근데. 그 사람이 귤을 좋아하는데 왜 미라 씨가 귤색이야?"

 

"쉽지."

 

"뭐가 쉬워?"

 

"내가 그 애를 아주, 좋아하거든. 그래서 그 애가 좋아하는 건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됐어."

   나미는 숨이 턱 막혀 왔다. 언젠가 벨메일이 물어온 말이 생각 났다. 

 

'나미는 귤을 왜 좋아해?'

'그냥 좋아하는데?'

'그냥?'

'벨메일한테서 귤 향기가 나서 귤을 먹으니까 벨메일이 생각 나서.'

'...'

'귤이 벨메일이고 벨메일이 귤이라서. 그래서 그냥.'

'...나도 너희가 좋아하는 건 다 좋아. 정말 좋아'

 

"그런, 게 가능해?"

"왜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건 당연히 어렵지 않느냐고. 나미는 물으려 했다. 단지 치밀어오르는 눈물과 서러움, 어른스러운 다정함에 어린 마음으로 대답한 지난 날의 후회가 말문을 턱하니 막았고 나비의 가볍디 가벼운 무게가 내려 앉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정말, 꿈결에 갑자기 찾아 와서. 이렇게 갑자기 꿈처럼 현실로 찾아 와서. 항상 곤란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생각했다.

 

"나미. 부모의 사랑은 맹목적이야. 받을 걸 기대하면서 주지 않았어. 크레파스로 물드는 게 도화지만 있는 게 아니었고 그려지는 그림이 고작 도화지 안에서만 살아 숨 쉬는 것도 아니었어."

 

   미라, 벨메일은 회고해 본다. 빨간색 크레파스와 분홍색 크레파스로 칠한 것은 나의 머리칼이였고, 뭉툭해진 흰색 크레파스로 칠한 것은 나의 자랑스러운 해군복이었으며 검은색의 크레파스로 그리는 표정은 환했다. 사랑을 머금은, 사랑에 의해 숨을 쉬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으로 구원 받은 생이 감히 낙원보다도 더 낙원일 것이라고 그렇게 여겼다. 물론 지금까지도.

 

"보여준 웃음이 죽을 의욕조차 사라지게 하더니 어느새 살고자 하는 의지를 줬지. 너희의 성장은 내 세상을 키웠고, 나를 강하게 했어."

   내가 그때 강했던 것은 어머니로서만이 아니다. 전 해군으로서도 보호해야 할 대상들과 가장 가까이 있었을 때 나는 그 어떤 현역 해군들보다 절박했고 단단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 그런 내가 자랑스러웠고,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준 너희가 고마웠다. 어쩌면 해군이었을 때보다 너희와 있던 때가 더 강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나미. 후회란 건 나와 거리가 멀어.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죽기 전까지도 너희를 내 아이라 말했던 거야."

   달빛을 받은 귤색의 미라, 그의 언뜻 비춰지는 머리칼은 붉은색. 언젠가 어린 날의 나미가 분장을 하고 싶다니까 가장 저렴한 코스튬이라며 우스꽝스럽게 그의 몸에다 칭칭 붕대를 감아줬던 그날처럼 서툴리 감긴 붕대임에도 왜 그대는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고 한없이 강해 보이는가.

 

   마치, 제 몸과 두 배는 넘게 차이나는 몸집의 사내들을 마주했을 때도 떨지 않았던 그때의 사람과도 같아서 "역시 이길 수가 없네." 하고 나미는 울면서 중얼거렸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이 땅으로 스며들 때, 그 눈물 방울에 비춰지는 것은 어린 날의 나미요, 노지코이고 그들을 사랑한 벨메일의 추억이었다. 아직도 마음에 가득해서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귤 나무의 귤들. 사랑할 수밖에 없는 향기가 나는 추억들.

 

"나는 벨메일이 좋아, 여전히." 나미가 말했다. "나도 나미가 좋아, 여전히. 노지코도 좋은 걸 말 안 해 줘도 알겠지?" 

 

   짓궂게 웃는 얼굴이 천진난만한 아이와도 같아서 항상 그렇게 웃어 준 사람이 또 오랜만에 웃어 줘서 나미는 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아직도 우리를 사랑하는구나. 우리는 여전히 당신의 품에서 숨쉬는구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의 어머니, 나의 해군. 펑크해저드에서 만났던 그 해군에게 져줄 수밖에 없던 것도 그대를 떠올려서였다.

 

 "사랑해. 엄마."

   이때까지 이름으로 불렀던 것은 당신은 고작 어머니라는 말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엄마보단 전 해군 벨메일, 귤 장사를 하는 벨메일, 고아 둘을 키운 강인한 벨메일... 당신을 수식하는 그 많은 말들 중 단 하나. 나와 노지코의 엄마, 벨메일. 그러니 딸로서 얘기한다.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강해질 수 있었던 것, 누군가 비열하다고 해도 꿋꿋하게 그 많은 돈들을 악착같이 모을 수 있었던 것. 다 그대를 닮아서였다.

 

"나도 사랑해, 내 딸."

 

   벅찬 웃음이 그에게서 떠오른다. 태양이 뜬 것처럼 환하고 항상 즐거웠던 때처럼 귤 향기가 진하게 나는 것도 같다. 할로윈의 밤이 아침에게 밀리기 전. 아직 남은 시간을 그대와 함께 추억으로 지새우기 위해 나미는 즐겁게 그동안의 일을 얘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내 말을 잘 들어 주는 사람에게, 없어도 보고 싶었지만 잘 지냈다는 말을.

 

"그래서 말이야. 걔들은 나 없으면 큰일난다니까?"

 

"그래? 근데 나미도 걔들 없으면 큰일 아니야?"

 

   벨메일이 짓궂게 물었고 나미는 인정하기 싫은 척하면서도 큰일이라고 했다. 엄청 지루해질 거라고, 돈 나무가 열려도 그 애들이 없다면 나는 아주, 지루할 거라고. 

 

   "아론 섬을 무너뜨리기 전에 말이야. 루피가 그랬거든. 도와달라는 말에, 당연하다고. 그게 있지. 벨메일이 생각난 것 같기도 해. 나를 당연하게 도와주는 점에서 말이야. 말뿐이지 않았다는 것도 그래. 노지코가 나를 위해서 건넨 말도 무시했는데 ("노지코를 무시한 건 좀 나빴어"라고 노지코의 엄마인 벨메일이 장난 치듯 말을 얹었다.) 아무튼. 그래도, 자신의 방식대로 나를 도와 줬어. 아론 파크를 박살냈다니까! ("그 꼬맹이, 꽤 하는데? 어디 있는 애야?") 저기 있어. 저기... 고기. (나미는 살짝 머쓱해져서 한숨을 쉬었고 벨메일은 와하하 웃고는 캐릭터 한 번 확실하다고 저런 놈 난생 처음이라고 신기해했다.) 그, 그래도 할 때는 하는 선장님이야. ("알지. 너한테 인정받은 꼬맹이잖아. 그정도면 얼마나 강한지 알아." 전 해군 벨메일이 말했다.)"

 

   벨메일의 말에 뿌듯하게 그럼, 당연하지. 하고 웃은 항해사는 또...라는 말과 함께 길치에 무뚝뚝하고 바보지만 그래도 능력은 확실한 술 좋아하는 검사, (마리모...? 라고 감탄사를 뱉는 벨메일.)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아주 잘하는 바보에다가 섬에 들어가면 안 되는 지병이 있는 겁쟁이지만 또 저격은 아주 잘하는 저격수 ("코쟁이 군?" "하하, 맞지. 코쟁이 군~"),

 

   변태 에로에 바보지만 똑똑하고 요리 잘하는 요리사 ("변태 에로가 바보인데 똑똑하다니, 꽤 끔찍한 혼종이잖아?" "맞지, 근데 좀 어울려. 근데 수배서 완전 웃기거든? 진짜 발로 그렸다니까!"),

 

   멋진 언니에 똑똑하고 예쁘고 듬직한 고고학자 ("로빈, 오하라의 고고학자다? 대단하지! 우리 고고학자 단 하나뿐인 사람이야!" "응, 좋은 사람같네. 네가 이렇게 좋아하는 거 보면.")

 

   귀여운데 너구리라고 부르면 화내는, 칭찬에도 화내는 척하지만 사실 칭찬을 아주 좋아하는 인간형 순록 선의 ("세상에, 너희 어쩜 캐릭터가 이렇게 안 겹치니." "으응, 장점이지 뭐.")

 

   진짜 제일 상변태에 아래는 팬티만 입고 다니고 뭐랄지, 도움이 되는데 도움 안 되는 로봇이 좀 그렇지만 배에 있어서 가장 듬직한 사이보그 조선공 ("아래 안 추울지 물으려니까 사이보그라니. 신기한 애네." "전에 우리가 타던 메리라는 배를 못 타게 됐었는데 그 메리를 미니 메리로 부활 시켜 준 동료야." "어머, 사려 깊은 변태.")

 

   얘도 변태인데, 아니 이 사... 해골? 아무튼 그렇게나 선장이 찾던 대단한 음악가에 연륜이 깊어서 나름은 듬직하기도 한 아프로 해골 음악가. ("해골...도 있구나? 응, 해골도 있네..." "나도 있을 줄 몰랐어. 부활부활열매를 먹었대. 많이 쓸쓸했던 사람이야." "지금은 너희를 만나서 다행이네.")

 

   아무튼 이런 애들이랑 이렇게 저렇게 사고 치고, 다치고, 현상금 올라가고, 시끄럽게 그렇게 다정하고 즐거운 날들이라며 나미는 귤처럼 밝은 달이 안녕을 고하기 전까지 죽은 사람이 만나러 온다는 그 할로윈의 날에, 진짜로 만나러 와 준 노란색 붕대의 벨메일과 즐겁게 얘기했다.

 

   안녕을 고할 때, 부디 나도. 이번에는 어른스러운 다정을 건네기를. 떠나는 날에도 싱그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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